소리 지르는 엄마
엄마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아니 도레미파 솔라....'라'음의 높은 소프라노로 소리를 질러댔다고 하는 게 맞다.
"엄마가 공부 잘하라고 한 적 있어? 지각만은 하지 말아야지!"
딸아이는 아침마다 바쁘다. 토끼가 집에 있을 때는 토끼 밥도 챙겨주고, 장군이와 꽃순이도 가서 놀아주며 물과 사료도 챙겨준다.(개똥은 엄마 몫이다.) 그거까지는 이해하고 충분히 기특하다. 하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학교 등교하기를 미룬다. 최대한 시간을 꽉꽉 채워서 늦게 집을 나서는 게 엄마 마음에 불만이다.
장평초등학교는 통학버스를 운행하기에 한 학기는 아침 일찍 잘 챙겨서 버스를 잘 타고 다니더니 꽤가 생겨서 이젠 더 이상 안 타려고 한다. 한국에서 특히 어려운 수업을 따라가는 게 얼마나 힘들지 알기에 최대한 배려하고 어르고 달래며 학교에 직접 데려다 주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꾸 늦장을 부리는 게 영 못마땅하던 것을 꾸욱 누르고 지켜보다가 결국 빵 터지고 말았다.
차에 태워서 학교에 데려다주며 폭풍 잔소리를 해대는 엄마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딸.
훌쩍거리며 차문을 열고 운동장을 향해 가는 딸에게 부드러운 인사마저 하지 못했다. 훌쩍이는 아이의 뒷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화가 치밀어 올라 따뜻한 인사 같은 것을 하고 싶은 마음조차 없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던 나도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왜 그렇게 엄마 마음을 모르냐고, 공부를 못하면 학교라도 성실하게 다른 아이들보다 일찍 가야 할 거 아냐. 왜 그것도 못하는 거야. 속상하게.'
그냥 서러웠다. 아이가 학교에서 선생님들이나 친구들에게 행여 낙인이라도 찍힐까 봐. 책잡히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아이에게 폭풍 잔소리와 소프라노 소리 지름으로 아이의 아침을 망쳐버리고 말았다.
'엄마가 아이 아침 등교 시간에 울려서 학교를 보내다니.' 아이 앞에서 잘난척하던 나 자신은 더 형편없는 엄마의 모습이었다. 부디 학교에서 마음 풀고 하루 일과를 잘 마치고 오길 위해 조용히 기도했다.
그렇게 오랜만에 화창한 마당에서 강아지 집 이사도 시키고 꽃밭도 다시 정리하고 나서 샤이니는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어떻게 할까? 계속 엄격하게 할까? 아니면 사과할까?'
고민하고 있던 엄마와 달리 환하게 웃는 딸아이의 얼굴과 활기찬 목소리에 괜히 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엄마, 그거 알아 스쿨버스가 나보다 늦게 왔어. 다행이야! 나 안 늦었어."
"응, 엄마도 봤어. 다행히 안 늦었네."
"그런데 나 눈물이 나는데 참으면서 들어갔어. 그거 알아?"
"응, 알아. 엄마도 울었어. 몰랐지?"
"엄마가 왜 울어?"
"네가 울면 엄마도 울어. 그거 몰랐구나."
그렇게 꼬옥 안아주며 소란했던 엄마와 딸의 싸움(?)이 끝이 났다. 아... 이제 앞으로 절대로 아침에 목소리를 '솔' 이상으로 올리지 않기로 다짐을 넘어 결심을 단단히 해본다.
목청이 좋아서 높은 '파' 음까지도 올라가는 샤이니와 서로 "아~~~~~" 노래 시합을 하면 어느새 쉰소리와 함께 항복하고 마는 엄마. 아마도 소리를 질러서 성대가 상한 게 아닐까? 살짝 의심이 생긴다.
이제 성대 보호 차원에서라도 '라' 음 위로 올라가는 소리 지름은 절대로 금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