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와 물티슈는 조금씩만!!
처음 컨테이너로 인도에 이삿짐을 보낼 때, 내가 들은 정보에 의하면 두루마리 화장지를 최대한 많이 사서 쑤셔 넣어서 보내라는 것이었다. 어차피 컨테이너 값은 동일하게 나가는 것이니 비어있는 곳곳마다 휴지로 꽉꽉 채워서 보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마트에서 휴지를 가능한 많이 사서 보냈다. 10년 전이니, 그 당시에는 인도에 아기 기저귀나 여성용 물품, 물티슈도 귀했던 터라 중요 물건을 한국에서 준비해서 컨테이너에 실어 보냈다.
인도에 살면서 왜 휴지가 필수 준비물이었는지 알 거 같았다. 화장실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인도 화장실에는 휴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산품으로 파는 두루마리 휴지도 많지 않은 상황이었다. 물론 지금은 도시에서는 어느 가게에 가든지 휴지를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인도 물가에 비하면 턱없이 비싼 가격이라 일반 서민들이 휴지를 사서 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아니 필요를 느끼지 못하니 휴지를 사지 않는다.
한국 화장실에는 곳곳마다 각 가정마다 비데가 있으니 어쩌면 예전보다 화장실 두루마리 휴지를 덜 사용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휴지가 없으면 볼 일을 보고 해결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낭패를 보기 일쑤이니, 인도의 화장실 사용법을 좀 배워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본다.
나도 여중학교 시절 수업 시간에 여자들은 소변을 보고 나서도 휴지를 사용해야 한다고 선생님께 배웠다. 그 후로부터 어느새 나는 휴지가 없으면 화장실에 볼 일을 보러 가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어느 순간 우리가 휴지를 너무 많이 사용하며 낭비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3칸 사용하기나 5칸 사용하기를 연습하기도 했지만, 필요 이상으로 휴지를 많이 사용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인도에서 딸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내게 아주 중요한 정보를 주는 듯 이야기 했다.
"엄마, 휴지를 많이 사용하면 안 돼. 나무들이 잘려나가면 안 되거든. 나무를 보호해야 해."
학교에서 환경과 자연에 대해 공부한 모양이었다.
"응, 맞아. 그렇지. 그러니까 우리 조금만 사용하자."
사실 우리가 인도에서 생활하면서 인도 화장실에 있는 인도 비데를 사용하는데 익숙하지 않았다. 한국형 비데와는 차원이 다르니 불편하기도 하고, 찝찝하기도 했던 거 같다. 그런데 딸아이는 항상 인도 비데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었다. 우리도 못할게 없으니 다같이 인도 화장실 스타일 비데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그것도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직도 인도 화장실에는 인도 비데 보다는 수도꼭지 아래에 놓인 조그마한 통에 담긴 물을 사용해서 왼손으로 뒤를 처리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래서 인도 사람들은 인도의 주식 로띠나 난을 먹을 때 왼손을 사용하지 않는다. 꼭 오른손만 사용해서 로띠나 밥을 먹어야 해서, 나도 처음에 오른손만을 사용하여 로띠 먹는 연습을 한참 했었다. 인도 사람들 앞에서 양 손을 사용해서 로띠를 먹을 수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요즘은 인도 식당에 가면 포크와 숟가락을 손님에게 함께 준배해주니 미리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연습하다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오른손으로 로띠를 잘 뜯어서 커리나 인도 섭지와 함께 곧잘 먹게 되었다. 내가 외국인이다보니 인도 사람들이 오른손만 사용해서 인도 음식을 먹는 나의 모습을 보면 참 좋아해주고 신기해했던 추억이 있다.
이렇게 인도에서는 사실 두루마리 휴지가 없어도 화장실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전통 화장실 문화를 살펴봐도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지난 코로나 팬데믹으로 유럽이나 미국에서 사람들이 마트에서 두루마리 화장지를 사재기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잠시 생각해 보았다. 문명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과연 우리가 휴지 없이 살아가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시골에 살다보니 쓰레기 처리하는 게 여간 쉽지 않다. 오히려 인도에서는 매일 쓰레기를 가지러 오는 사람이 있어서 집에 쓰레기가 없어 쾌적했던 거 같다.(분리수거를 하지 않는다. 따로 쓰레기를 분리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골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는 쓰레기와 친하게 지내야만 되었다.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집에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 있게 된다. 우리 동네는 일주일에 딱 한 번 매주 목요일 아침에만 쓰레기 수거를 하는 차가 오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생활하다보니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 중에 엄청난 쓰레기가 나오고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발견이 맞다. 미처 알지 못하다가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우리 가족이 비상 대책을 세웠다.
우리 집 쓰레기 줄이기 비상 대책이다. 최대한 쓰레기를 줄이는 연습을 하기로 한 것이다. 먼저 가능하면 화장실 휴지와 물티슈를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플라스틱 용기나 비닐 봉투도 최소화시키는 연습이다.
우리는 시골 전원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누구보다 친환경으로 자연을 지키며 환경 살리기에 앞서기로 했다..
처음에는 인도의 화장실이 불결하기도 하고, 비위생적이라 생각도 했었지만, 오히려 인도 화장실의 직접 물과 손으로 깨끗하게 세척하는 사용법 덕분에 인도에는 치질환자가 별로 없다고 한다. 물론 깨끗하게 씻고 나서 화장실 입구에 있는 세면대에서 다시 손을 깨끗히 씻으면 그리 비위생적이라고 볼 수 없을 것 같다.
인도식 비데기가 설치되어 있는 곳은 그 조건이 훨씬 좋다. 우리가 살던 집에도 비데가 설치되어 있었다.
인도 여행을 하다보면 5성급 호텔에 가도 인도식 비데가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비데는 인도 어느 곳에도 없으니 말이다.
한국의 비데 시스템도 관리를 안 해주면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보며, 차라리 인도식 비데가 경제적이면서도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환경을 보호하는데도 일조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인도에 있을 때는 한국식 비데가 그리웠는데, 한국에 오니 오히려 인도식 비데가 생각난다.
그거 하나 우리 집 화장실에 있으면 참 좋겠다.
그럼, 휴지도 많이 사용하지 않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며,
특히 요즘 같은 때엔
경제적으로도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