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시대에 스마트한 도서관 이용 후기

바쁜 일상속에 책을 읽을 여유를 갖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설령 시간의 여유가 있어도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스마트폰에 먼저 손이 가고, 필요한 정보와 지식은 언제 어디서나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모바일 인터넷 검색으로 쉽게 쉽게 찾다 보니 옛날의 아날로그 감성은 서서히 사라져가고 언제부터인가 디지털 문화와 감성에 더욱 빠져들게 된다.

책을 가장 많이 읽었던 시기가 그나마 학창시절이고, 그마저도 대학교 2학년 즈음부터는 학내 문제와 사회 문제 등으로 데모에 참가하며, 학교 수업을 받을 때 보다 안 받을 때가 더 많았으니 어수선한 시국에 공부는 물론이거니와 책 읽는 것에 소홀할 수 밖에 없는 여건은 고루 갖추었지 않았나 싶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호기롭게 일주일에 책 한권은 읽겠노라 다짐을 했건만 그마저도 흐지부지, 결국 시간이 흐르며 경력이 쌓여 갈수록 읽게 되는 책의 종류라는 것이 주로 업무와 관련된 기술 서적이나 조직 관리, 리더쉽에 관련된 서적들이었으니 아날로그 감성을 채우기 보다는 오히려 메말라가는 감성의 담장 한 켠에 더욱 메마른 장작더미를 쌓아가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대중교통인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한지가 꽤 오래 전이어서 주변 살펴 볼 겨를이 없었던지라, 간만에 최근부터 이용하게 된 지하철역 내의 다양한 모습에 과거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참 많은 변화를 실감하곤 한다.

 

스마트도서관을 직접 체험해보다

한달여 전 부터 장거리 출근을 위해 이용하게 된 신도림 지하철역 입구에 설치된 '스마트도서관'이 눈에 띈 건 오늘이었다.

신도림역에 설치된 스마트도서관
신도림역에 설치된 스마트도서관

오래전에 스쳐 지나가듯 인터넷 기사에서 보았던 기억이 문득 떠오르긴 했지만 한달여 동안 환승을 위해 그 역을 이용하며 총총 걸음으로 역사에 들어가기 바빴던 탓에 눈여겨보지 못했는데, 오늘은 다소 일찍 나선 덕에 느긋한 마음으로 주변을 살피며 걷던 중, 바로 출입문 근처에 설치된 '스마트도서관'이 눈에 띄었다.

왠지 낯설긴 했지만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인지라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지하철 안에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살폈고, 퇴근길에 한번 직접 해보자는 심산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이런 저런 핑계와 함께 나이가 들수록 점차 심해지는 노안(老眼)으로 인해, 눈의 피로감 때문에도 책읽기를 멀리하고 소홀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마음으로 약간의 설레임도 들었다.

다행히 오늘은 외부 출장으로 퇴근 시간도 빨랐던 덕에 붐비는 퇴근 시간을 피해 느긋한 마음으로 지하철 안에서 다시 한번 아침 출근길에 ‘북마크’해 둔 블로그 등을 참고하여 차근 차근히 블로거가 안내하는 방법대로 도서 대출을 받을 준비를 했다. 

[서울시민카드 어플 다운, 실행-> 우측상단 메뉴 버튼 -> 공공시설정보 아이콘 -> '구로구'로 조회 -> '신도림역스마트도서관' 간편가입 -> '구로구통합도서관' 가입 -> 서울시민 인증]

서울에서 오래 살면서 ‘서울시민카드’가 있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지만, 공공시설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으니 왠지 “내가 그동안 뭐했지?” 하는 느낌에 조금은 머쓱함도 느끼게 되었다. 내가 서울 시민으로써 당연히 누려야 할 혜택을 누리지 못했던 약간의 억울함도 있었지만, 결국 ‘스스로 찾아보지 않으면 놓치는 것들이 참 많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전철에서 내려 출구 근처에 설치된 '스마트도서관' 앞에 서서 약간의 기대감으로 '대출 -> 도서 선택 -> 구로구통합도서관 바코드(서울시민카드 어플에 가입된 시설카드의 바코드) 인증 -> 대출하기' 절차를 거쳐 내가 선택한 도서가 손에 쥐어졌다. 

대출받기를 원하는 도서를 선택할 수 있는 화면
대출받기를 원하는 도서를 선택할 수 있는 화면
대출받은 도서
대출받은 도서

처음이라 미리 원하는 책을 살피지 않았던 탓에 제목만 보고 다소 건조한 내용의 도서를 대출받긴 했지만, 향후에는 미리 검색을 통해 읽고 싶은 책을 예약하는 방법도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래도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뭔가 하나는 나 자신에게 새로움을 주었다는 기분에 묘한 쾌감마저 느껴졌다.

대출 기간이 14일이라 하니 틈틈이 읽다 보면 한달에 2권 정도는 소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하루에 5권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하나 14일 이내에 5권을 다 소화한다는 것은 내겐 언감생심이고, 그저 한달에 2권 만으로도 조금씩 여유없이 메말라가는 감성에 아날로그 감성을 입혀 갈증은 조금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몰라서 못하는 거 보다, 알고도 못(안)하는 것이 더 큰 쑥스러움이 아닐까?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 아니, 이미 많이 바뀌었고 앞으로도 더욱 많이 바뀔 것이다.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조금만 느리게 살펴보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많은 혜택들이 있지만 그걸 누리고 못 누리고는 본인이 하기 나름이 아닐까 싶다.

이미 오래 전에 정보화 시대에 접어 들었고, 정보가 곧 '삶의 질'과 직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새로운 것을 통해 더 새로운 것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필자 역시 20여년 이상을 IT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어도 연일 쏟아지는 신기술을 쫓아가며 개념을 깨우쳐가는 것조차 벅차 가끔은 편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적어도 삶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선별해서 시도해 볼 정도의 기본 수준은 되는 듯 싶어 때로는 나 스스로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제부터라도 차분하게 찾아보고, 그 중에 자신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선별해서, 스스로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와 사회에 동조시켜 가면 어떨까 싶다.

나이가 들수록 왠지 모르게 뒤쳐져 가는 느낌, 세대를 불문하고 모두가 동시대를 살면서 적어도 어느 한 세대에게 그런 느낌이 고정관념이 되어서는 안되지 않을까?

스마트한 시대에 살면서 이제서야 스마트한 도서관을 이용한 후기를 쓰는 것이 왠지 쑥스럽긴 하지만, 적어도 몰라서 못하는 거 보다는 알고도 못(안)하는 게 더 큰 쑥스러움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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